최근 한국의 경제 정책은 금리 인하를 둘러싼 논란으로 한층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부터 한국 정부와 경제 연구기관은 금리 조정이 경제 안정화와 성장 촉진의 만능 열쇠처럼 여겨지며 이에 대한 압박과 요구를 이어왔다. 특히 2024년 8월, 대통령실이 한국은행의 금리 동결 결정에 "아쉽다"며 이례적인 불만을 표명한 사건은 이러한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이를 기점으로 KDI를 비롯한 주요 기관들이 금리 인하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고, 결국 10월과 11월 연속으로 금리가 인하되었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이러한 금리 인하 조치가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긴 어렵다.

 

 

 

금리 인하 이후 증시는 급격히 하락했다. 대표적으로 11월 29일에는 주가가 1.95% 하락하며 경제 전반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보여주었다. 이는 금리만으로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기존의 단순 논리가 현실에서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을 드러낸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응은 더욱 냉혹했다. 11월 28일 한국은행이 금리를 깜짝 인하한 날, 외국인 투자자들은 무려 4900억 원어치의 주식을 매도했다. 이어 29일에는 이보다 더 큰 규모인 7500억 원의 순매도가 이루어졌다. 이런 움직임은 금리 인하가 경제적 신뢰를 회복하기는커녕 오히려 시장의 우려를 증폭시켰다는 점을 보여준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는 금리가 경제를 구원할 유일한 해법이라는 오랜 믿음이 빚은 오류와,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정책적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10월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며 구조적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으나, 불과 한 달 뒤인 11월에는 같은 구조적 이유를 들어 금리를 인하했다고 발표했다. 이러한 모순적 발언은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을 떨어뜨렸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하나씩 살펴보자. 우선, 수출 부진이 뚜렷하다. 2023년 3분기 수출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했던 것은 단순한 경기 요인이 아니라 근본적인 산업 구조의 변화에서 비롯되었다. 과거 반도체와 같은 특정 산업에 집중 투자하며 경제 성장을 이뤘던 대한민국은 이제 그러한 목표 설정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1980년대 반도체 산업 육성과 1990년대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은 정부와 학계, 민간 기업이 일심동체로 목표를 설정하고 자원을 집중적으로 투자해 이룬 성공 사례였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IT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AI와 같은 첨단 산업에 대한 투자는 과거의 성공 모델과는 거리가 멀다. 2027년까지 AI에 투자할 예산은 고작 9조 4000억 원에 불과하며, 이는 1999년 초고속 통신망 구축에 투입된 10조 4000억 원에도 못 미친다. 더욱이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이 금액은 당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저조한 투자 속도로는 AI 산업의 기반을 다지기도 전에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이와 더불어 중국과의 경쟁에서 한국의 대응은 미흡하기만 하다. 세계 주요국들은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서 관세 장벽을 세우고 있지만, 한국은 이에 대한 효과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철강, 전기차, 섬유 등 다양한 산업에서 중국의 저가 제품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산업 피해는 점점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포스코의 포항 제철소 선재 공장이 45년 만에 셧다운된 사건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금리 인하가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시장은 그렇지 않다고 판단한 듯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대량 매도한 것은 금리 인하로도 경제적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는 냉정한 평가를 드러낸다. 특히, 한국은행이 국민연금을 동원해 환율을 방어하겠다고 발표한 점은 오히려 외국인들에게 한국 경제의 취약성을 강조하는 신호로 작용했다. 경제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외국인 투자자들은 셀 코리아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국 경제가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금리 조정만으로는 부족하다. 산업 구조를 혁신하고, AI와 같은 첨단 산업에 과감히 투자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정책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요컨대, 금리 인하의 효과는 제한적이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적 전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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